신뢰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겨나는 것이다.

미투데이를 제외하면 실로 한달만에 포스팅임에도 불구하고, 글의 제목을 이따위 진부한 표현으로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온 나라가 난리다. PD수첩 방영을 기점으로 불거진 30개월 이상 쇠고기 파문은 이제 단순히 검역주권과 국민생명권을 담보로 한 졸속행정을 지탄하는 것을 넘어 정권 퇴진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거기다 촛불시위라는 지극히 평화적인 수단에 대항하는 지극히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한 공권력 행사는 마치 촛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딱히 쇠고기 문제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지금까지 워낙 많은 얘기가 있었기에 내가 뭐 전문가도 아니고 거기다 살을 붙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워낙 중요한 문제이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역할상 쇠고기가 필요했을 뿐...이야기 그 자체는 아니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명박 대통령은 더이상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뢰는 만드는 것이 생겨나는 것이다"

지극히 상투적이고 진부한 표현이다. 비록 내가 시사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치사회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정책들의 면면과 반발에 대한 후속조치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미 이명박 정권의 신뢰도는 바닥을 기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명박 정권의 신뢰도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오해"일 것이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수많은 정책들을 추이를 보면 하나같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

공표 - 반발 - 오해라느니 소통상의 문제라면서 물러서는 척 - 뒷구멍에서 추진 - 뽀록남 & 반발 - 무한루프

희대의 유행어 "어륀지"로 유명한 야심차게 추진했던 영어교육이 그러했고, 멀쩡한 국토양단 프로젝트 대운하 추진, 공기업 민영화, 당연지정제 폐지(의료보험 민영화) 등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주권의식의 양대뿌리인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치자는 헛소리까지 하면서 총장하나 영입해 야심차게 추진할뗀 언제고 나중엔 오해니 왜곡이니 하면서 백지화시켰다. 도대체 만드는 목적이 관광인지 물류인지 수질개선인지 제대로 말도 못하는 대운하는 이름만 바꿔 뒷구녕으로 추진하려다가 뽀록났다. 가뜩이나 기름때문에 휘는 허리 주체못해 죽을맛인 국민들에게 수도랑 전기까지 민영화한다고 했다가 반발이 심하니까 어마 뜨거하면서 부분적인 민영화가 왜곡되어 알려진 것 같다는 헛소리. 영어해석 하나 잘못해서 5천만 국민의 식탁에 10년짜리 시한폭탄을 올려놓으려는 졸속행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무능력과 무책임은 더이상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하지만 좋은 법이든 나쁜 법이든 정책을 추진하려면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설령 나라를 말아먹을 악법을 추진하더라도 우선 그 법에서 대해서 국민들이 제대로 알 수 있게는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법은 나쁜 법이야 고로 국민들이 알게 하면 안돼." 요런 단차원적인 사고의식을 가지고 숨기고 은폐하고 왜곡하고 거짓말하고 뒷구멍에서 몰래몰래 추진하려 한다. 머리좋은 사기꾼이 더 무섭다고 어찌나 머리가 나쁜지 그나마도 죄다 걸린다. 이뭐 무식한건지 멍청한 건지...

악법도 법이라는 명언은 사실 이 상황에서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한자리수 지지율로 대변되는 민심은 이명박 정권이 진정 서민을 위하고 국가경쟁력을 위한 제대로된, 그야말로 제대로된 정책을 공표하더라도 믿음과 신뢰를 받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긴 이명박 정권이 그런 정책을 추진하리라는 생각도 들진 않지만. 두고봐라.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간의 임기동안 이명박 정권은 그 어떤 정책을 추진하더라도(설령 그것이 진정 서민을 살리고 나라를 위한 좋은 정책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3개월을 넘어 이제 4개월을 목전에 둔 이명박 정권은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신뢰는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제갈량이 맹획을 마음으로부터 복종시켰듯이, 또한 그동안의 세계 역사에서 보아왔듯이 강압과 왜곡, 폭력을 통한 껍질뿐인 신뢰는 오래갈 수 없다. 3개월동안 추락한 신뢰를 30분도 안되는 짧은 말장난 몇마디와 3번의 고개숙임으로 무마시키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면 세상 어느 대통령, 정치인도 고생하지 않는다. 그것은 욕심이자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며, 나아가 국민을 무시하고 놀림감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신뢰는 만들어 지는 것이다. 계속해서 고개숙이고, 진실을 이야기하고, 거짓말하지 않고, 진심으로 국민을 "섬기고" 마음으로부터 살피는 것만이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을 수 있는 길이다. 쉬운 길은 아니며, 더더욱 짧은 기간 내에 될 일은 물론 아닐 것이다. 3개월동안 무너진 신뢰를 3일, 3주, 3개월만에 복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것은 어쩔수 없는 업보이자 벌이다. 3년, 어쩌먼 임기를 넘어 평생동안 노력해야 복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당장 눈앞에 닥친 어려움, 당장 곤두박질 치고 있는 지지율, 당장 지탄받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단발성, 휘발성 정책과 말장난을 일삼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2008/06/26 04:15 2008/06/26 04:15
카카달려
짧은생각 2008/06/26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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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penID Logo 선인장 2008/07/01 13:36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공감됩니다. 신뢰는 만들어지는 건데 그걸 모르는 정부 때문에 이렇게 문제가 꼬이고 또 꼬이는 거 같아요.

    • 카카달려 2008/07/01 22:18  수정/삭제

      모르는게 아니라 그냥 무시하는 거죠.
      5공식, 주먹구구식 정책남발에 무식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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